Keyboard review: 3 years with Happy Hacking
그냥 생각나서 적어둔다.
대학교 1학년 때인가. 동아리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"해피해킹 키보드"를 언급한 것이 기억에 새겨졌다.
이유는 잘 모르겠다. 그냥 정보보안 동아리였어서 '해킹'이라는 단어에 꽂힌 것 같다. (사실 키보드 모델명의 '해킹'은 내가 알던 것과는 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)
전역을 하고,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실컷 코딩할 기회가 있어서 거의 평생 쓸 요량으로 해피해킹 프로2 Type-S 화이트 버전을 당근으로 구했다 (20만원 정도)
사실 해피해킹 후기를 검색하면 한 번쯤은 보았을 "며칠 쓰고 포기함" 같은 글 때문에 '별로 안 좋은 키보드인가?'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,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대만족하고 3년째 주기적으로 청소해가며 쓰고 있다.
내가 생각하는 이 키보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.
- 작고 예쁘다.
일단 작다. 키보드 크기가 작다는건 책상 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기에 여유 공간이 많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, 더 좋은 장점은 손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. 대부분의 사람들은 [asdf], [jkl;] 에 왼손과 오른손의 검지부터 소지까지를 올려놓고 키보드를 이용할 것이다. PageDown, Delete, NumPad, 펑션 키 등이 붙어있는 거대한 키보드를 사용할 때보다 손 움직임이 덜하니 편리하게 느껴졌다. 그리고 사실 내가 사용하는 모델은 무각이다. 어차피 타이핑 할 때 일일이 글자를 보는 것도 아니고,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게 지워져있는 편이 훨씬 보기에 좋은 것 같다.
- 키감이 좋다.
혹자는 이렇게 작고 뭔가 부실해보이는 키보드가 뭐 그리 비싸느냐고 할 수 있지만, 비싼 키보드 세계를 해피해킹으로 입문한 나도 체감 될 정도로 이 키보드는 키감이 좋다. 보통 '도각도각' 으로 표현하는 초콜릿 부수는 느낌도 청소 직후에 좀 나는 것 같다 (당근을 해서 그런가....). 무엇보다도 , 저소음 적축, 적축 등 다른 키보드들을 눌러보았을 때보다 이 무접점 키보드가 주는 느낌이 압도적으로 좋았다.
- VIM 사용자에게는 아주 적합한 키보드다.
나는 vim 을 사용한다. Alacritty + Tmux + Lunarvim 이렇게 세 조합을 어느 컴퓨터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우선 세팅하고 시작한다. 몇 번이고 vscode나 cursor 등 다른 IDE 환경으로 바꿔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었다. 하지만... Tmux 의 화면 분할, 이동, 창 크기 조절 등의 기능과 LunarVim 에 내장된 telescope 등으로 빠르게 프로젝트를 파악하고 코딩하는 등의 익숙한 흐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. 사실, 그냥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마우스를 잡았다가 다시 키보드로 오는 그 동작이 굉장히 어색했다.
그래서 작고 예쁜데 VIM 사용자인 나에게 아주 적합한 키보드라 고장나지 않는 이상 계속 사용할 것 같다.
여유가 된다면, 블루투스 모델도 좋다고 들어서 한번 사보고 싶다.
유일한 단점은 키캡놀이가 아닐까...